"지식 검색을 검색의 미래로 볼 수 있을까?"
이 바람을 일으킨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답변의 출발이 될 것 같다.
■ 지식인이 성공한 이유
잘 알다시피 지식인은 이 분야 최초의 서비스가 아니다. 2000년 디비딕이란 서비스가 이미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새삼스럽게 네이버의 지식인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얼까? 서비스 자체의 장점 말고 바깥쪽의 관점, 즉 검색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1. 검색엔진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디비딕은 독립 서비스였다. 그러나 네이버의 지식인은 검색과 연결되어 있다. 검색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SM5'로 검색한 사용자가 'SM5 랑 옵티마랑 둘 중에 어느거 살까여?'라는 질문을 발견했기 때문에 지식인이 성공하는 것이다.
포탈은 수십, 수백개의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동안 브랜드는 하나였으나 제각각 움직이고 있었다.
네이버는 지식인을 별도의 서비스로 놔두지 않고, 검색이라는 끈으로 연결했다. 사실 포털이 그렇게도 되고 싶은 미디어(Media)의 열쇠 하나가 검색엔진이다. 미디어는 메시지이고,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포털의 검색은 여러 서비스 중의 하나가 아니다. 검색은 서 말의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힘이다. 때로는 포탈 그 자체이다.
2. 웹페이지 검색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웹페이지 검색의 정보가 부족한 것도 지식인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영어권에 비해 웹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수량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내용에 있어서도 분야별 편차가 다소 심하다. 작년 모 언론사와 함께 우리나라 개인 홈페이지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엔터테인먼트(영화, 게임 등)와 컴퓨터 분야는 다양했으나 정치, 경제 분야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정보 소비자는 많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정보 생산자는 적은 편이다. 이런 정보 소비자 중심의 구조는 웹페이지 정보 부족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또 하나 국내 검색엔진의 웹페이지(웹문서) 검색에 대한 게으름도 한 몫한다. 국내 검색엔진들은 웹페이지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 업데이트 주기, 스파이더의 개선 등 여러 곳에 아쉬움이 있다.
웹페이지가 늘어나고 복잡해질수록 검색엔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국내 웹페이지 검색엔진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 큰 비용을 계속 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운영과 관리도 소홀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통합검색과 테마검색(혹은 컨텐츠 검색)이라는 이름으로 서퍼들의 편집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웹페이지 검색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이 둘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영역이지 어느 한쪽을 완전히 대신할 수가 없다.
3. 정리된 지식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이 있다.
얼마전 진심반 시험반으로 해외 리조트(resort) 여행에 관한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질문을 올린지 하루만에 2건의 답변이 올라왔고 그 중 하나는 제법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때가 어느 때인데 해외여행에 외화를 낭비하느냐"는 따끔한 충고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로봇에게 묻든 사람에게 묻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답을 얻는 것이다. 자동 로봇이 찾아온 결과는 대개 생자료(raw data)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비교분석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다. 그러나 지식인의 검색결과는 완결된 답변의 형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필자가 이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답변이 돌아올 것이라는 보장도, 그 답변이 정확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다루기로 하자.)
■ 지식인은 검색이 아니다?
그러나 지식인은 정확히 말해서 검색이 아니다. 지식인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일 뿐이다. 지식인이 성공했냐고 물으면 '네'라고 말하지만, 지식인이 검색의 나아갈 방향이냐고 물으면 '아니오' 혹은 '글쎄요'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기존에 디렉토리-웹페이지-뉴스 등으로 붕어빵 같던 데이터베이스에 Q&A 자료라는 신선한 내용이 더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 검색 자체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Q&A 라면 지식인보다, 디비딕보다도 더 다양하고 오래된 서비스들이 있다. 다음(Daum) 카페는 아주 훌륭한 데이터베이스이다. 분야별 커뮤니티가 좋은 자료들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음의 검색은 이 훌륭한 보물 창고를 크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 훨씬 전에도 있다. 웹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한 뉴스그룹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토론과 정보 교환의 장으로 애용되어 왔다. 다만 미국이 뉴스그룹 ▶ 웹 의 발전 단계를 거쳤던 것에 반해서 우리나라는 웹이 먼저 들어와 버려서 뉴스그룹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미국도 뉴스그룹이 웹 인터페이스 속으로 많이 흡수되었다.)
▲ 다음(Daum)의 '중고차'관련 카페
지식인은 데이터베이스이지 검색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검색의 미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검색 자체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인터페이스와 검색 결과 관점에서 한가지씩 살펴보기로 하자.
■ 검색과의 통합 1 - 인터페이스
앞서 필자는 '리조트'에 관한 질문을 예로 들었다. 좋은 답변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아쉬운 점은 지식인에 '리조트'에 대해 물어보려면 별도의 서비스로 찾아들어가야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미 '리조트'로 검색을 한 상태다. 거기에서 검색결과를 살펴보았다. 그 검색결과는 이미 고정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자료(디렉토리, 웹페이지, 뉴스 그리고 지식인까지)에 있는 내용이다. 이미 만들어진 정보에서 없으니까 필자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식인에게 묻고 싶다.
그러나 네이버 검색에는 지식인에게 현재 검색한 키워드(리조트)를 그대로 가지고 질문을 하게 해주는 연결이 없다.
이렇게 되어 있다면 로봇과 사람이 결합된 검색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로봇에게 묻든, 사람에게 묻든 사용자에겐 모두 검색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식인은 별도 서비스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검색결과 정도의 통합이다.
(현재 하단에 비슷한 문장이 있기는 하지만 '검색결과 더 보기'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 검색과의 통합 II - 결과 순서
지식인의 검색 통합에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는 검색결과의 순서다. 현재 지식인 검색결과는 거의 최상단에 나타난다. 그러나 과연 지식인 검색결과가 '언제나' 먼저 나올만큼 '언제나' 좋은 내용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분이 '세계 최초의 검색엔진과 한국 최초의 검색엔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고 두 분이 답변을 했다. 그러나 두 분의 답변이 모두 틀렸다.
세계 최초의 검색엔진은 야후(Yahoo)가 아니다. 웹검색의 경우라면 갤럭시(Galaxy)라는 검색엔진이 더 빨리 나왔고, 만약 웹 이전의 인터넷 검색을 생각하면 Archie나 Veronica가 더 앞선 검색엔진이다.
사실 인터넷이 본질적으로 정보 신뢰성의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다. 별도 홈페이지는 진실이고 지식인만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색엔진에서 검색 결과 순서는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묵시적인 약속이다. 더구나 지식인은 네이버 내부 서비스이다.
때로는 일부 왜곡의 소지도 안고 있다. 상품명이나 쇼핑 관련 키워드에서 의도적인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 어떤 키워드에서는 그런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어떤 쇼핑몰에 대해 질문을 하고, 어떤 쇼핑몰이 좋다는 답변을 함으로서 자연스런 홍보를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네티즌이 자체적으로 꾸며가는 사이트는 장점과 동시에 단점을 가진다. 활성화만 되면 많은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전문성도 어설픈 전문 사이트보다 좋을 경우가 많지만, 동시에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정보가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디렉토리 서비스인 오픈 디렉토리(Open Directory)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정보량은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이고 너무나 멋진 서비스가 분명하다. 그러나 카테고리별로 편차가 있고 일관성도 가끔 부족한 단점이 있다. 자기가 아는 사이트를 높이 평가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사이트에 대한 평가를 나쁘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과 시스템이 결합한 자체적인 정화 구조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식인의 경우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지식인의 노출 정도와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가하면 지나치게 가볍게 흐르는 게 아닌가하는 일부 우려도 있다. 재미있는 지식도 좋지만 검색은 목적이 분명한 행위이다. 그 자체를 즐기는 구조는 별도의 서비스이지 검색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또 일부에서는 '지식검색결과' 박스안에 광고(AD표시)가 섞여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 진정한 지식 검색을 기다리며
검색에서 늘 한발 앞선 모습을 보여주던 네이버가 이번에는 지식인으로 검색 서비스 경쟁에 새로운 불을 붙였다. 검색의 영역에 신선한 데이터베이스를 소개해 주었다. 후발 주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기대 된다.
지식 검색이 데이터베이스 차원을 넘어서, 사람-사람의 검색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발전해가길 바란다. 지금까지 웹이 보여준 단절적인 인터페이스를 벗어나서 검색이라는 행위 아래 단순하고 쉬운 인터페이스 아래 묶여지기를 바란다. 이제 메신저와 모바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검색엔진의 미래는 인터페이스, 미디어, 디바이스(Device), 메신저, 에이전트 등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조각 한조각 퍼즐이 되어 우리 곁에 올 것이다.
1994년 야후가 등장한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변화의 퍼즐 한 조각이, 아니 훨씬 더 많은 조각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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